사랑 촛불
사랑에 있어서는 하나를 깊이 하는 것이 맞겠다.
사랑에 대해 깊이 느끼지 못하고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그냥 맛만 본다는 식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상대방이 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고
나에게 섭섭하게 하더라도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
결국은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
이런 것을 가질 수 있어야 사랑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순간순간 의심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고 유혹에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믿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사랑이고
또한 순간의 실수를 따스함으로 감싸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만 하는 개미도 아니고 노래만 하는 베짱이도 아니다.
그러니까 개미의 속성도 지니고 베짱이의 속성도 지니고 있다.
또한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지만
이 사랑의 나무는 정성으로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도 가꾸지 않는데 예쁜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서 장미 꽃나무 한 그루를 가지고 있었는데
수시로 바오밥 나무를 뽑아주어야 했고
벌레를 잡아주고 또 찬바람을 가려주어서 예쁜 장미가 피어나게 했다.
이렇게 사랑도 노력해야 아름다운 꽃이 되는 것이다.
그냥 아무렇게나 버려두어서는 잡초 가득한 정원이 되고
버려진 사랑이 되어버린다. 나조차 돌아보지 않을 정원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사랑이 된다는 말이다.
늘 사랑한다는 말과 형식적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고
당신이 이러하니 정말 아름답다는 칭찬의 말로 가꾸고
또 작은 작은 선물이라도 마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하여
서로의 마음에 촛불을 켜 놓아야 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 만큼이니,
당신도 나의 이 촛불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라고......
- <문학세계 2007년 11월호>에 실린 서정윤의 <마음 산책>중에서